코다코리아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배우는 창비의 『공통국어』 교과서에 사상 처음으로 농인, 수어 및 코다에 관한 내용이 실린다. 이길보라 작가의 「수어로 비밀 말하기」가 교과서 본문으로 등장하며 초·중등 교육과정을 배우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농인, 수어 및 코다의 개념이 소개된다. 한국수어가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공용어로 2016년에 인정된 후로도 10년 가까이 수어가 비장애인을 위한 교육과정에 일체 포함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할 때 분명한 진일보이다. 수어가 각종 매체물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로 낭만화되는 것과 달리 ‘그냥 언어’라고 설명하는 등 수어를 교과서에 다루고자 하는 시도가 단지 비장애인의 시혜적 시선이 아니라 당사자로서 코다의 시선으로 이루어진 것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한편 여전히 농인의 시선이 부재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코다 역시 농사회에 속한 당사자이지만, 청인이 한국어로 서술한 내용만 교과서에 실릴 수 있다는 일종의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손짓말’이라고 하는 괴이한 단어가 수어와 같은 뜻을 가진 단어로 실린 점에도 물음표를 안 던질 수 없다. 수어는 법적으로도 수화언어의 준말로서 수어가 정식 명칭이며, ‘손짓’은 몸짓과 같은 제스처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 ‘말’ 역시 언어로서의 수어의 위치를 격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손짓말’이란 표현의 적절성엔 의문이 든다. ‘손짓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어’란 뜻뿐만 아니라 “손짓으로 하는 간단한 의사소통”이라고 하는 비(非)언어 또는 준(準)언어를 뜻하는 단어로도 소개되어 있어 그 취지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일컫는 농인도 청각장애인과의 동의어로 소개되는 것도 수어와 농(聾)의 언어·문화적 측면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는 농인을 의료적 관점에서 청각장애인으로 국한시킨다는 점에서 언어적 중요성을 강조한 「한국수화언어법」보다 퇴보한 인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해당 교과서가 수어와 농인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그 시도를 환영한다. 창비의 『공통국어』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 및 과목 교과서에서도 그 시도가 이어지길 바란다. 손끝사이는 제22대 국회 정책으로 초·중등 교육과정에 수어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교과서에 한국수어를 다루는 것이 비단 한 출판사의 재량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자체에 편입되어 더 많은 학생들이 한국수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재차 요구한다. 한국 사회는 수어를 할 수 있는 청인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