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지난 23일, 전국의 14개 시·도교육청에 청각장애 교원에게 수어·문자통역 등을 지원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의 직권 조사 결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23년 9월, 인천광역시·전라남도교육청은 2022년부터 청각장애 교원을 대상으로 수어·문자통역 예산을 배정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은 2024년부터 새로 예산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외의 14개 시·도교육청은 검토할 수는 있으나 수어·문자통역 지원에 드는 비용을 근거로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서울·인천을 제외한 15개 피조사 시·도교육청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않아 2023년 한 해에만 장애인 고용부담금으로 평균 28.5억 원을 납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기도교육청의 작년 한 해 고용부담금은 14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을 주관 및 집행하는 기구로서 장애인 고용에 모범을 보여야 할 시·도교육청이 거액의 고용부담금은 기꺼이 내면서도 현재 고용하고 있는 장애인 교원, 그중에서도 전국 300명뿐인 청각장애 교원에 대한 편의 지원에는 소극적이고 인색하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
특히, 인권위 조사에서 한 청각장애 교원이 수업에서 한 시간 동안 수어통역을 받은 것조차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연신 호평하였다는 진술은 청각장애 교원에게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제공하는 것은 의사소통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청각장애 교원에게 의사소통 편의를 지원하는 것은 교원 자신의 자아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과 오해 없이 교류하고 소통함으로써 학생의 성장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오히려 현재까지 그런 지원이 없었다는 것은 학생의 학습권이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었다는 점을 방증하기도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사용자가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그 수장인 교육감이 주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관청이라는 지위를 가지는 만큼 장애인의 고용과 그 대우에서도 언제나 준법하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교육청에 청각장애 교원에 대한 편의 제공의 의무가 있음을 재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계기로 교육청을 넘어 사회 곳곳에서 그동안 예산을 이유로 경시되어 온 청각장애인과 농인에 대한 수어·문자통역 지원이 정당하고 당연한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