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충청남도의회에서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 재의의 건이 가결되었다. 이틀 뒤인 26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이 가결되었다. 폐지안에 대한 효력은 각 시·도교육청의 공포를 통해 발효되지만, 충청남도교육청은 그간 재의요구를 통해 폐지 시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누차 밝혔으며 재의안이 가결되자 결국 법적 대응을 시사하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도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학생인권 조례」 폐지 시도는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교육 구성원의 동의도 얻지 못한 채 학생인권을 정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부적절한 처사이다.
「학생인권 조례」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시될 수 있다고 여겨지고, 또 실제로 무시되어 온 학생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보장하고자 제정되었다. 특히,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에 의하여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며 기존 법령에서 소극적으로 인정해온 소수자에 대한 포괄적인 차별 금지를 명시하였다는 의의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에 대해서도 학습권 보장, 우선적 예산 등 자원 배정, 교내외 교육활동에의 편의 제공 및 참여 보장, 장애유형·정도에 따른 교육·평가방법 제공을 명기함으로써 공교육 내에서 장애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소수자가 차별 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차별금지법」 등을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반대하여 왔다. 하지만 각 시·도의회의 「학생인권 조례」 폐지야 말로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으며 교육 구성원의 공감대도 얻지 못한 시도이다. 명분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고 이후 대두된 교권(敎權) 보장이다. 그러나 학생인권과 교사의 권리는 양립 불가능한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로서, 두 구성원의 권리가 모두 보장될 때 진정하게 보호받고 보장될 수 있다. 「학생인권 조례」가 없는 지역의 교권 실태도 조례가 제정된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즉, 교사의 권리는 조례를 폐지함으로써 자동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학생인권 조례」의 보호 하에 학창시절을 보낸 동료 시민으로서 조례의 폐지가 일으킬 ‘소수자가 차별 없이 교육받을 권리’의 박탈을 우려하고 규탄한다. 그리고 정치권이 학생인권을 정쟁화하고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를 당장 그만둘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