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에 한국수어 교양 과목이 15년만에 개설된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에서 실시한 “2024학년도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개설 희망 교양과목 공모전”에서 손끝사이가 제안한 「한국수어 초급」 과목이 최우수상(1위)을 수상하며 교양 과목 개설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중앙대학교에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수어를 다루는 교양 과목이 다시 개설되게 되었다.
2003학년도 제2학기부터 2009학년도 제2학기까지 중앙대학교에는 「수화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한국수어 관련 강의가 제공되었다. 총 열세 학기 동안 서울과 다빈치 양 캠퍼스에서 강의가 지속되며 많은 학생들이 농인의 언어인 수어를 접하고, 농인에 대한 이해를 제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앙문화』에 따르면 2010년 당시 「수화의 이해」는 「생명과학」과 함께 「생명과학의 이해」로 통폐합되었다. 당시 교양 교육과정의 개편 방향은 유사 과목 통폐합 및 전공의 성격을 띠는 교양 과목의 폐강이었다. 「수화의 이해」와 「생명과학」은 서로 유사 과목도 아니며, 학내에 수어 관련 전공도 없으므로 해당 과목의 통폐합은 개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연세대학교 등에서 줄곧 한국수어 교양 과목이 유지되어 온 것과도 대조된다.
중앙대학교에 한국수어 교양 과목이 부재했던 14년 사이,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법」의 제정으로 대한민국 공용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한국수어를 교육·보급하고 홍보”할 의무가 명시되었다. 서울대학교 등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한국수어 교양 과목이 새로 개설되었다. 그러나 중앙대학교에서는 과목 폐지 이후 개설의 필요성이 논의되거나 추진된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5년만에 중앙대학교에 한국수어 교양 과목이 다시 개설된다는 것은 환영할 소식이다. 특히, 학생과 교수진의 평가로 결정된 만큼 학내 구성원 모두 한국수어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새로 개설되는 한국수어 교양 과목이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한국수어 대신 수지한국어가 교육되지 않는지, 농정체성에 기반한 농문화가 제대로 다뤄지는지, 그리고 한국수어가 시혜적 시선을 바탕으로 봉사의 수단으로 여겨질 우려는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되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하여 해당 과목에서의 농인 강사 채용도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중앙대학교에 한국수어 교양 과목이 다시 개설되는 것에 대해 모두가 기대에 한껏 부푼 지금, 어떻게 하면 해당 과목이 질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을지도 다같이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