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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인 6월의 첫 날부터 수어통역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한 차별적인 혐오수어로 가득했다. 2024 서울퀴어퍼레이드를 다룬 KBS, JTBC, 연합뉴스TV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에서 수어통역사들은 성소수자 혐오적인 수어표현을 내뱉었다. LGBTQIA+ 등 다양한 정체성의 성소수자를 포괄하여 일컫는 말인 ‘퀴어’를 각각 남성 및 여성 동성애자를 나타내는 ‘게이’와 ‘레즈비언’으로 한정하여 표현하는가 하면, ‘게이’와 ‘레즈비언’은 성행위를 나타내는 표현을 사용하여 통역하였다.

이는 양성애자, 무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 무수히 많은 ‘퀴어’를 무시하는 행위로써 그 자체로 차별적이다. 지정성별에 근거한 이분법적 성별과 이성애로 대표되는 규범화된 성별정체성 및 성적지향에 반하는 모든 이들을 일컫는 퀴어 정신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표현이다. 퀴어퍼레이드를 ‘동성애축제’로 부르며 이성애와 동성애의 이분법적 구분 속 구시대적 성규범을 울부짖는 혐오 세력의 입장에 더 가깝다. 또한, 게이와 레즈비언을 성행위로 표현하는 것은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과 경험을 그저 성행위로 축소함으로써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에 해당하는 비(非)성소수자의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성애자로서의 경험이 성행위에 국한되지 않듯, 동성애자의 경험도, 더 나아가 성소수자의 경험도 성행위에 국한되지도, 성행위로 정의되지도 않는다.

농인 성소수자 당사자가 모여 조직된 단체인 한국농인LGBT+에서는 이러한 수어표현을 일찍이 ‘혐오수어’로 규정하고, 성소수자와 관련된 표현을 그들에 대한 존중과 긍정을 담아 새롭게 ‘대안수어’를 개발하였다. 퀴어는 자긍심 깃발의 6색 무지개를 바탕으로 지숫자 6의 수형에서 원형 무지개를 그리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게이와 레즈비언은 남성으로서 남성에게 이끌림을 느끼는 사람과 여성으로서 여성에게 이끌림을 느끼는 사람으로 나타내었다. 이는 농인 성소수자가 선호하는 표현이자, 성소수자의 경험과 문화를 담아낸 표현이다.

수어통역사들의 이렇게 저조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감수성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농인이라는 소수자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이들이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혐오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몰랐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수어통역사들이 혐오수어 사용을 당장 그만두고, 농인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대안수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앨라이(ally)이자 당사자로서 농인 성소수자와 함께 혐오에 대응하고 연대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