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오늘은 유엔에서 지정한 국제 혐오표현 반대의 날이다. 2021년에 유엔 총회에서 전 세계적인 혐오표현의 기하급수적인 확산에 대한 대응을 위하여 기념일로 채택된지 3년째이다. 이를 증명하듯, 우리는 유례없이 확산 중인 혐오표현을 일상 곳곳에서 목도할 수 있다. 장애에 대한 혐오표현 역시 기존 혐오표현 위에 새로운 혐오표현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무비판적인 사용 속에서 재생산되고 퍼져나간다. 장애혐오표현은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정상성을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를 ‘비정상’으로 정의내림으로써 장애에 대한 혐오를 분출한다. 유구한 그 역사만큼 장애혐오표현은 비판과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잦아들기는커녕 새로운 종류의 혐오표현의 대두로 그 생명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애혐오표현 ‘병신’은 모두가 장애인에 대한 혐오이자 차별을 반영한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거부감 없이 사용된다. 여기에서 비롯되어 ‘병신 같은 맛’, ‘병신 크리티컬’의 준말인 ‘병맛’, ‘병크’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비정상’ 내지는 ‘이상’하다고 인식되는 사람이나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을 향해 ‘장애인’, 혹은 구식 표현 ‘장애자’의 준말인 ‘애자’라고 지칭함으로써 장애인을 ‘비정상인’ 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혐오적 시선을 유지해나간다. 장애혐오표현은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정상’과 어긋난 모든 것을 ‘장애’로 일컫고, 장애 여부를 막론하고 상대방을 비하하려는 뜻에서 사용되므로 문제적이다. 예컨대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사람을 ‘귀 먹었다’, ‘난청’이라고 지칭하는 것, 색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사람을 ‘색맹’이라고 지칭하는 것, 그리고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을 ‘난독’, ‘맥락맹’이라고 지칭하는 것 역시 장애유형에 대한 편견을 상대방에 대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노골적인 혐오표현이다. 여기에서 파생되어 컴퓨터를 잘 못 다루는 사람을 ‘컴맹’, 우유부단한 사람을 ‘결정장애’라고 지칭하는 것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로도 확산되어 상대방을 ‘정신병자’ 또는 이의 준말 ‘정병’, ‘저능(아)’, ‘경계선 지능’이라고 지칭하는 식의 혐오표현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장애혐오표현은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해치고, 적대적 사상을 바탕으로 차별을 정당화하고 공고히 하여 불평등을 지속시킨다. 이제는 더 이상 장애혐오표현을 묵과할 수 없다. 오랜 장애혐오표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혐오표현에 대항하기 위한 실천을 제안한다. 장애혐오표현을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몰아내고 대항표현으로 채우자. 장애혐오표현의 해악을 인식하고, 이를 단호하게 적극 제지하자.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혐오표현이 저지될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 연대하자.